바람 그리기
바람이 나무 가지를 흔들고 가는 건
아직도 세상이 아름답다는
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
어딘가에 착한 사람들의 숨소리와
그들이 부르는 고운 노래가 있어
강물의 소리가 늘 같지 않고
아침마다 새소리가 새롭다는걸
말하고 싶은 까닭이다
그리고 이 세상에
죽는 날까지 간직하고픈
소중한 사랑의 이름들이 있어
슬픔을 견딜 웃음이 남아 있다는
고운 인사를 하고 싶은 까닭이다
흐르는 것들은 그대로 흘려보내고
아파할 것들은 아파도 하며
떠나보내야 할 것들은 보내주고
그래도 남는 추억은 가슴에 안으며
삶의 저 끄트머리 어디엔가
분명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고
바람이 그 말을 하고 싶은 까닭에
가지를 잎새를 그리고 조금
나무를 흔들고 가는 것이다
- 이권재님의 시집 -
『 희망은 맨 나중에 죽는다 』 中에서